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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 107년 8월 7일 열린마당 / 1단 이성종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해민교무 조회 178회 작성일 2022-08-08 10:47

본문

국수 한 그릇
 1단 이성종
삼각지역 2번 출구 근처에 "옛집"이라는 40년 넘은 국숫집이 있다.
TV에 출연할 정도의 맛집은 아니지만 윤대통령이 들러 언론에 등장하고, 주인 할머니에 대한 사연이 인터넷으로 퍼져 유명해진 집이다.
일찍이 할머니는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바 없어 이름 석자도 쓸 줄 몰랐지만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러나 건축일을 하던 남편이 마흔 한 살에 암에 걸려 4남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졸지에 살림을 책임진 할머니는 아이들을 키우며 살기가 너무 힘들어 4남매와 함께 죽어버릴까 하고 결심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시작한 것이 국수가게인데 테이블 4개짜리 허름한 국수식당은 근처 새벽 막노동꾼, 군인, 학생들의 단골이 되었다. 그런데 국숫집이 자리를 잡을 때 쯤 아들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는 불행을 맞아야 했다.
 식당은 4개월째 문을 닫고 있었고,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단골들과 주변사람들이 극진히 위로하고 격려해주어 할머니는 다시 국수가게를 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도록 국수값은 2천원에 묶어두고 면과 국물은 달라는 대로 주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이 국수가 어려운 사람의 피와 살이 되어 건강하게 하소서" 라고 기도했다. 작은 가게일지라도 대궐같이 만족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어느 날 할머니의 국숫집에 초췌한 모습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 남자는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려버린데다 아내마저 집을 나가버린 후 실의에 빠져 여기 저기 배회 중이었다. 수중에 돈은 떨어지고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여러 식당에 들러 식사 한 끼를 사정했지만 가는 곳 마다 거절당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독이 오를대로 오른 남자는 어디 한 집 걸리면 불을 확 질러버리고
자기도 죽겠다는 모진 마음을 먹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할머니의 국수가게였다.
식탁에 앉은 그의 모습을 본 할머니는 얼른 국수 한 그릇을 내 놓았다. 허겁지겁 국수 그릇을 비우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다시 면과 국물을 채워주었다.
그 것 마저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운 남자는 눈치를 보다가 냅다 밖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다.
가게문 밖으로 뛰어나온 할머니가 소리쳤다.
"뛰지 말어! 그냥 걸어가! 다쳐! 배고프면 또 와!"
도망치던 그 남자는 그 한마디에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15년 후 2016년 수요미식회라는 방송프로에 할머니의 국숫집이 소개되었다. 그러자 머나먼 파라과이에서 방송국 PD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15년전 용산 할머니의 국숫집에서 도망친 남자였다. 그는 그 날 할머니 외침에 새 힘을 얻어 파라과이로 떠나 마침내 사업을 성공시켰다고 한다.
이 사연은 PD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중국어 사전에 "삶을 산다" 라는 구문을 검색하면 "生活" 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산다," "살린다" 라는 의미의 살 활(活)자를 살펴보면 혀에 침이 돈다, 혀가 촉촉하다 라는 의미가 있다.  혀에 침이 돌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말도 잘 할 수 없다.
문자를 만든 옛날이나 지금 세상이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큰 즐거움이고 은혜를 두루 나누는 일인 것 같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따스한 마음으로 눈 마주하여 조금이나마 저편의 허기를 채우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
 「지혜있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십분의 육만 뜻에 맞으면 그에 만족하고 감사를 느끼며 또한 십분이 다 뜻에 맞을지라도 그 만족한 일을 혼자 차지하지 아니하고 세상과 나누어 즐기므로, 그로 인하여 재앙을 당하지 않을뿐더러 복이 항상 무궁하나니라.」 대종사님의 인도품 법문을 새기며, 만족할 일을 세상과 나누어 즐기는 삶 살길 서원한다.